[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①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환상문학의 대가이자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입니다. 그것은 사람뿐 아니라 자연, 사물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겠죠.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있는 것을 잇기 위해 마을공동체를 호명한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이 잇닿아 있음을 조금씩 깨닫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획일주의에 평생 맞서고 개성적인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길은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야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고, 책밖으로 나와 세상에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일이 행복이며 건강의 올바른 정의가 아닐까요.
 

여기,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읽고 싶은 것들입니다. 지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가까운 내일,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

 

당신과 함께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할 수 있는 이 책들, 읽고 싶습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건축가 승효상은 ‘달동네 마을공동체’를 예찬한다. 우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그런 마을을 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산토리니),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부산 감천문화마을)이 그렇다. 그곳들,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 나누면서 살 수밖에 없다. 나누면서도 지지고 볶는다. 달동네의 길, 통행뿐 아니라 빨래도 하고, 놀이터도 되며, 시장이 된다.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다. 모여 사는 삶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것에 반해 이들 마을들엔 매년 수십만의 관광객이 온다. 하늘로 치솟은 고층아파트에만 넋을 빼앗기는 건, 그만큼 심미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파트공화국의 비극은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무감하게 만든다는데도 있다. 그건 곧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토건족들은 그래서, 거칠게 말하자면, 범죄 집단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1~4》 

요시다 아키미가 그린 가마쿠라 바닷가 마을엔 크고 대단한 이야기가 없다. 소소하고 작고, 사소할 뿐이다. 그건 곧 일상이다. 코다가의 네 자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다의 물결은 책을 덮을 때쯤 쓰나미로 다가온다.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잔잔하고 속 깊은 시선 덕분이다. 이토록 사려 깊은 만화라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詩적으로 다가오는 각 권의 제목은 책을 덮을 때면 또 다른 울림과 사색을 유도한다.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한낮에 뜬 달》《햇살이 비치는 언덕길》《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그리고 마침내 책을 덮을 때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 이런 마을, 당장 살고 싶다.’ 꼭 옆에 두고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나누고픈 작품이다. 맞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작품 중 하나다. 참고로, 도쿄 근교에 위치한 가마쿠라는 《슬램덩크》의 무대이기도 했다.


 
《달팽이 안단테》

불의의 질병으로 신체기능이 고장 나 병상에 누운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를 구원한 것은 달팽이였다. 달팽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본 저자는 달팽이 속도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음을 알았다. 본디 우리 삶의 속도가 달팽이의 속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속도전에 치여 죽어가고 있다. 자기의 속도를 잃고 허황한 발놀림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의 속도 역시 느림이다. 느릴수록 더 잘 보이고 더 잘 알 수 있다. 달팽이 마을에 살고 싶다. 그러니 죽기 전 다시 들춰보고, 살아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축복이다.



《사당동 더하기 25》

저자(조은 동국대 전 교수)가 1986년 철거·재개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사당동에 갔다가 정금선 할머니 가족을 만나 25년을 함께 한 기록이다. 이미 한국에 뿌리를 내린 ‘가난의 대물림’을 재확인시켜주는 이 책, 개발과 성장에 압도 당한 한국 사회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사당동의 변모과정은 곧 서울시의 확장사와 맥을 같이 한다." 뭣보다 이 책, 성찰과 반성의 지점이 돋보인다.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가난을 바라보던 조사자들이 '세상의 가난 가난의 세상'을 몸으로 접하면서 자신의 시각과 시선의 문제점을 깨닫는다. 그것은 곧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동일하다. 저자는 '읽기 힘듦'과 '못 알아들음'에 대한 참을성과 노력을 요구한다. 이 요구, 정당하다. 새로운 사회학의 가능성을 엿보고 사유하게 만든다. 가난에 대한 세상의 지독한 편견, 한 순간에 벗을 순 없겠으나 그 노력,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당동을 몰라도 상관없다. 사당동, 우리동네, 우리마을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정작 철거하고 재개발해야 할 것은 우리가 품은 지독한 편견이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간디는 단순히 인도의 독립운동가를 넘어선 세계의 사상가였다. 그는 풀뿌리 인민에 대한 착취, 억압을 옹호해온 불평등을 극복하고, 착취․억압의 사회경제시스템을 넘어서는 근원적 변화를 원했고, 그 변화의 기본으로 ‘마을 자치(스와라지)’를 내세웠다. “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간디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고로, 국가와 정부 따윈 살짝 잊어라. 아니면, 죽여도 좋다. 마을 자치를 위한 노력, 세계를 구하는 노력과 다르지 않다.


 

 

《분노하라》 《참여하라》

청년들은 지금 이 땅에 분노해야 한다. 자신을 향해서가 아니라, 청년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세상을 향해서다. 90대의 레지스탕스가 분노하라고 대놓고 분탕질(?)을 하는 이 책, 지금 이대로 살아도 진짜 좋으냐고 묻는다. 전체의 이익보다 특정인의 이익이 옹호되고, 부가 정당하게 분배되지 않고 금권을 지닌 누군가에게 편향되며, 국가 금권 외세에게 종속된 언론이 판을 치며, 인권을 겁박하는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 청년은 분노하고 참여해야 한다. 물론 분노하고 참여해야 하는 것, 청년만의 것은 아니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하는 한국의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청년)는 ‘사랑’을 모른다.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공부하지 않은 사랑은 모래성이다. 사랑은 살아가는 시공간과의 소통이다.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전하는 사랑의 기술, 청년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책이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창조하는’ 행위이다.”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우리는 대부분 후천성사랑결핍증 환자다.


 

 

[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①
☞ [함께 보아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영화 ①

 

[띄엄띄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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